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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매년 하는 일

by walkside0730bc 2026. 9. 21.

 

요즘 달라진 점을 짚으며

포도, 이제 그냥 사 먹어도 되잖아?

예전에는 제철에 포도 나오는 거 기다렸다가 꼭 사 먹고, 가족들이랑 같이 앉아서 껍질 까고 씨 빼면서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근데 요즘은 하도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가, 1년 내내 포도를 언제든 살 수 있으니 굳이 내가 매년 그 고생을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저희 집이 시골이라 밭이랑 텃밭을 조금씩은 가꾸셨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도 봄 되면 괜히 뭔가 심고 싶고, 가을 되면 거두는 재미를 느끼고 싶고 그래요.

 

포도도 그런 저의 로망 중에 하나였던 거죠. 매년 봄마다 포도나무 묘목 사 와서 심고, 여름 내내 물 주고, 가을에 수확하는 그 과정 말이에요.

포도나무, 뭘 심어야 할까?

품종 고르기부터가 첫 관문

처음 포도나무를 심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일 먼저 부딪힌 문제가 바로 품종이었어요.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지 뭐예요.

 

캠벨, 거봉, 샤인머스캣… 각자 장단점이 너무 뚜렷해서 뭘 골라야 할지 진짜 머리 아프더라고요.

 

결국 저는 몇 년간 제 경험상 가장 무난하고 실패 확률이 적어 보이는 캠벨얼리 묘목을 선택했었거든요. 키우기 비교적 쉽다고 해서요.

 

근데 이것도 그냥 묘목 사다 심는다고 바로 열매가 잘 열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처음 심었던 묘목은 이상하게 힘이 없고 잘 자라지 않아서 결국 몇 년을 고생하다가 죽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묘목을 고를 때, 단순히 품종만 보는 게 아니라 뿌리가 튼실한지, 줄기에 상처는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꼭 농원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게 좋더라고요.

여름 내내 포도나무 돌보기

물 주기, 비료 주기, 그리고… 잡초와의 전쟁

포도나무를 심고 나면 여름이 진짜 시작이더라고요. 잎이 무성해지면서 그늘도 만들어주고, 점점 가지도 뻗어 나가는데, 이때부터 손이 정말 많이 가요.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물 주기죠.

 

땅이 너무 마르지 않게, 하지만 과습하지 않게 신경 써야 하는데, 이게 또 매일매일 날씨 보면서 조절해야 하니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에요. 특히 올해처럼 가뭄이 심할 때는 정말 물통 들고 몇 번이고 날랐는지 몰라요.

 

그리고 곁순이나 불필요한 잎을 계속 따주는 것도 중요하더라고요. 곁순을 너무 키우면 영양분이 분산돼서 포도알이 작아지거나 당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이 곁순 따는 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뒀더니, 나중에 열매가 정말 얼마 안 열리고 알도 작아서 실망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는 정성스럽게 곁순을 쳐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또 하나, 포도나무 주변 잡초 뽑는 것도 장난 아니에요. 밭이 넓으면 더 하겠지만, 저희 집 텃밭 정도도 포도나무 뿌리 주변에 잡초가 금방 무성해지거든요.

 

이걸 제때 안 뽑아주면 포도나무가 양분을 제대로 못 받으니까, 여름 내내 쪼그려 앉아서 잡초 뽑는 일이 일상이더라고요.

가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확의 기쁨

탐스럽게 익어가는 포도알들

온갖 정성을 쏟고 나면 드디어 가을이 오잖아요. 그때 되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하는데, 그때의 기쁨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처음 포도나무를 심고 몇 년 동안은 열매가 거의 안 열려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거든요. 근데 드디어 포도알이 맺히고, 붉게 익어가는 걸 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싹 잊히는 거죠.

 

직접 키운 포도는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달고 맛있게 느껴지는 마법이 있어요.

 

저는 특히 늦여름, 초가을에 갓 수확한 포도를 따서 바로 먹을 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껍질째 씹히는 그 새콤달콤함과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최고거든요.

 

근데 이것도 요령이더라고요. 너무 익어버리면 물러지기 쉽고, 덜 익으면 맛이 없으니까, 알맞은 시기에 수확하는 게 중요해요.

 

포도알이 꽉 차고 색깔이 진하게 올라왔을 때, 약간의 말랑함이 느껴질 때가 딱 좋은 거 같아요.

올해는 뭘 해볼까?

이제는 샤인머스캣에도 도전?

매년 봄마다 새로운 포도 묘목을 심는 게 제 루틴이 되었어요. 올해는 뭘 심을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샤인머스캣에도 한번 도전해볼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키우기 어렵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한번 해보려고요.

 

사실 포도를 매년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잡초 뽑고, 물 주고, 곁순 따주고… 생각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수확의 기쁨, 그리고 직접 키운 농산물을 먹는 그 뿌듯함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매년 포도나무를 심을 것 같아요.

 

그게 제 작은 계절의 약속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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